기억 왜곡의 심리학 – 왜 우리는 과거를 다르게 기억할까?에 대해서 정리해볼게요
1. 왜 그땐 그렇게 기억했을까?
가끔 이런 경험 해본 적 있지 않나요? 친구랑 예전 이야기를 하다가 “그때 너 그랬잖아!”라고 말했는데, 친구는 정색하면서 “아니야, 난 안 그랬어”라고 하거나, 가족과 추억을 나누다 보면 분명 내가 기억하는 장면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올 때요. 이럴 땐 순간적으로 ‘내 기억이 틀린 건가?’ 싶기도 하고, ‘왜 서로 다르게 기억하지?’ 궁금해지기도 하죠. 그런데 이건 아주 흔한 현상이에요. 심리학에서는 이런 걸 기억 왜곡이라고 해요. 기억은 단순한 녹화가 아니에요. 우리 뇌는 ‘보관된 정보를 그대로 꺼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꺼낼 때마다 재조합하고 편집을 해요. 그러니까 과거의 기억은 현재의 감정, 상황, 정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거죠. 예를 들어볼게요. 어릴 적 소풍 간 날, 신났던 기억만 남아 있지만 사실 비가 와서 행사도 취소되고 도시락도 다 젖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우리 뇌는 ‘행복했던 소풍’이라는 감정에 집중해서 불편했던 순간은 희미하게 지우거나 왜곡해버릴 수 있어요.
2. 어떤 방식으로 기억은 왜곡될까?
기억 왜곡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어요. 대표적인 것 몇 가지 소개해볼게요.
-오정보 효과(Misinformation Effect) 이건 가장 흔한 왜곡이에요. 예를 들어, 어떤 사고 장면을 봤는데 이후에 뉴스에서 "붉은 차가 가해차량이었다"는 정보를 들으면, 나중엔 처음 봤던 장면에도 붉은 차가 있었다고 믿게 되는 현상이에요. 기억은 새 정보에 의해 쉽게 덧칠될 수 있어요.
-자기중심적 기억 우리 뇌는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기억을 편집해요. 예를 들어, 시험을 망친 이유를 “그날 몸이 안 좋았기 때문”이라고 기억하거나, 프로젝트 실패를 “동료가 협조를 안 해줬다”라고 바꾸는 식이죠. 이건 의식적으로 속이려는 게 아니라, 무의식 중에 나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이에요.
-플래시벌브 기억(Flashbulb Memory) 아주 충격적이거나 강한 감정이 담긴 순간은 정확하게 기억나는 듯하지만, 실제론 왜곡된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9.11 테러 당시 어디서 뭘 하고 있었는지” 같은 기억들이 대표적이죠. 강한 감정이 개입된 기억일수록 그 장면이 더 진짜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디테일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형돼요.
3. 그럼 우리는 기억을 믿을 수 없을까?
이쯤 되면 이런 의문이 생기죠. “그럼 나는 내 기억도 못 믿는 건가?” 어쩌면 맞는 말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기억의 유연성’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거예요. 기억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바뀔 수 있다는 건, 트라우마를 희미하게 만들 수도 있고, 좋은 감정을 중심으로 삶을 더 긍정적으로 재구성할 수도 있다는 뜻이에요. 실제로 심리치료에서도 기억의 재구성을 활용하죠. 그리고 무엇보다 기억의 오류는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모두 그렇다’는 걸 알면, 가족이나 친구들과 기억이 엇갈릴 때도 괜히 싸울 일은 없어요. “내가 기억하는 게 전부는 아니구나” 하고 이해하게 되죠. 현대 심리학은 기억을 ‘과거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나를 설명하는 방식’이라고 표현해요. 그러니까 우리의 기억은 단지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이야기 재료인 셈이에요.